Sviatoslav Teofilovich Richter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리히터는 서방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이미 전설이 되어 있었다. 1960년 그가 45세의 나이로 서방 무대에 등장하면서 그 전설은 더욱 확고 해졌는데, 특히 미국의 비평가들은 "이제껏 만난 연주자들 중 가장 빼어난 피아니스트"라거나 "오케스트라 전체와 맞먹는 소리","연주곡 에 대한 경이적인 통제력" 등등의 찬사로 그를 경배했다. 분명 스비아토 리히터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였으며,거장이나 대가라는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드문 예술가였다.
음악적인 면은 물론이거니와 음악 외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공연을 할때 조명을 완전히 꺼버리고 무대 안쪽의 작은 조명만을 살려 악보를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조명만을 켜기를 고집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청중들이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오길 원한 것이 아니라, 들으러오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악보 외우는 시간을 아까워하고 그 시간에 연습하기를 고집했기 때문에 항상 악보를 보고 연주했다고 한다. 리히터 이전까지는 리스트의 곡들은 100여년간 암보로 연주하는 것이 암묵적인 관행이었지만 그는 그 관행을 깨고,항상 연주회마다 페이지 터너를 동행했다.
리히터는 말년으로 접어들수록 화려함을 더욱 기피했다. 거대한 공연장보다 이름없고 한갓진 공회당에서의 연주를 더 선호했다. 러시아나 일본의 궁핍한 마을에서,그는 음악을 모르는 이들과 함께 음악을 즐겼다.
그의 80회 생일 때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은 '영감과 미에 대한 사랑의 원천'이라고 그를 칭송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살아남은 자들은 오랫동안 그의 음반으로부터 영감과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깨우치게 될 것이다.